내가 생각하는 정치

안철수의 타이밍

공허한 악의야 2020. 4. 23. 14:28

 

한때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를 차지했던 안철수는 이제 3석짜리 당의 당대표로 전락했습니다. 2009년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줄만 알았지만, 정치 입문 후 모든 것이 꼬여버렸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면서 알았는데 안철수는 꾸준히 정치계의 러브콜을 받았답니다.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제의받았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직을 제의받는 등 여야 모두로부터 정계입문 권유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실무적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그러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2011년 9월달에 안철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 이야기는 현실화되었습니다.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었다면, 서울시장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구축할 수 있고, 행정능력으로 자신의 힘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면에서 서울시장은 나쁘지 않은 첫 선택이라고 판단됩니다. 여기서 판단미스는 박원순과 단일화를 했다는 점이죠. 단기적으로 보면 양보의 아이콘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악재가 분명했습니다.

 

그 후 대선행보에서도 문재인에게 양보하며 단일화합니다. 이럴거면 서울시장을 왜 양보했나 싶습니다. 대권후보를 양보했다는것 자체가 장기전으로 간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서울시장을 양보한 것 자체가 손해이니 말이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당시 박근혜 VS 안철수라는 양자구도로 선거가 치루어졌더라면 저는 안철수가 승리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양자구도로 설정했을 때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긴 여론조사는 없었지만, 안철수가 박근혜 이긴 여론조사가 꽤 존재했습니다.

 

대선이후 행보도 이해 안갔습니다. 미국 갔다온 후 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합친 행위는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싫어하는 국민을 아우르는 새로운 중도정당을 창당하고 밀고 가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쨌든 이후 정신을 차리고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20대 총선에서 선전을 하죠. 무려 38석을 획득하며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가져가게 됩니다. 국민의당은 당시에 민주당에 반감이 있던 호남(현재 한국에서 보수세력이라 불리는 제1야당에 대한 반감은 호남에서 기본 패시브)과 새누리당에 반감이 있었던 중도보수에게 표를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했으면,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잘 해나가며 안철수의 역할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근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죠? 여러분들은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안철수는 무능했습니다. 호남에서 표를 밀어주었으면, 호남에 보답해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호남이 기본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던 보수세력중 일부인 바른정당계열과 합당을 추진했고 이를 성공시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남지역기반 정치인과 호남표는 다 떨어져나갔죠.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며 중도보수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죠.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뭐이리 자주 해외로 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중도보수표 민심과 호남민심을 동시에 잡는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능력이 있다면 꽤 다른 두개의 민심을 잡으며, 세를 확장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애매할때 애매하게 말을 하지 않고 책임을 져야할때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안철수의 신뢰도는 급락했습니다.

 

 

사실 저는 안철수가 정치에 복귀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총선 전에 올거라고 예상을 했고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안철수 본인에게는 별로 좋은 판단이 아니였을텐데 말이죠. 아마 국민의당으로 20대 총선처럼 국민의당 열풍을 재현할 수 있다고 착각했나 봅니다. 안철수라는 인물의 신뢰는 4년 전과 다른데 말이죠.

 

안철수가 정치에 복귀할 최적의 타이밍은 아마 지금이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라는 보수야당이 대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비대위 체제를 만든다고 하죠. 김종인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김종인이라는 인물이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고 선거도 잘하고 대안도 없으니까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지일겁니다.

 

하지만, 안철수가 지금 복귀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겁니다. 안철수가 지금 복귀해 보수노선으로 갔다면 제 1 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될 수 있었을겁니다. 김종인보다는 안철수가 훨씬 더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죠. 제 1 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어 당권을 잡았으면 다음 대선에서 아마 이낙연(혹은 이재명)과 해볼만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만약 비대위원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비대위 체제가 끝난 이후 당권을 안철수가 잡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안철수보다 경쟁력있는 보수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유승민은 배신자 이미지가 낙인찍혀있고, 홍준표는 막말이미지가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엄청 좋은 쪽으로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대선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 미래통합당 이미지로는 이기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직 대선까지는 2년이 남았습니다. 당내 체질개선을 해야합니다. 당내 체질개선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당권이죠.

 

당권을 가진 사람에게 반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유력대선후보나 다음총선정국에서 영향을 줄 거 같은 인물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당권을 가진 사람이 맘에 안드는 국회의원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뺏을수 있거든요.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뺏는다는 건 다음 총선 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뺏지 않더라도 몇몇 방법에 의해 다음 공천에서 배제시킬 수도 있죠. 자유한국당 시절 패스트 트랙 수사 대상자에게 공천 가산점을 준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국회의원들이 당에 반대하기 힘든 겁니다. 금태섭 정치인도 당내 의견과 다르게 공수처를 반대하고 조국반대를 외치다 총선에 나오지 못했죠.

 

물론 당내 온건파가 당권을 잡으면 당내 강경파가 반발하고, 당내 강경파가 당권을 잡으면 당내 온건파가 반발합니다. 이런 일은 거의 대부분 생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의 강경파는 내침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온건파인 안철수가 그들을 내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렇기에 안철수는 총선 후 정치에 복귀해 당권을 잡아 강력한 힘을 근거로 미래통합당을 이끌어갔어야 합니다. 그러면 차기를 노려볼수 있었겠죠. 물론 비대의원장이나 당대표를 잘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근데 제가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요? 그건 바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기사에서와 같이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정당대회에서 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때 당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박지원 정치인과 그 세력들의 반발이 심했죠. 그때 현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잘 대처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당을 나갔죠. 그 당시 당에서 비주류가 된 박지원 계열 즉 동교동계열과 안철수가 손을 잡고 만든게 국민의당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할 때 동교동계열이 국민의당에서 나가 현 민생당을 세웠죠. 민생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0석을 얻었고 동교동계열은 전멸했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그 이후 승승장구했습니다. 안철수와 동교동계열이 당을 나가자 당 이름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꿉니다. 그 이후 직후 선거를 위해 김종인을 영입했고 총선에서 제1당이 되었죠. 이번 총선까지 합치면 4연승을 한 셈이고, 그 중 최근 3번은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완전히 주류가 된 것이죠. 그러니까 안철수가 문재인 모델을 참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당내 반발세력의 강력한 끊어내기가 필요하겠지만요. (물론 모든 반발을 잠재우는 건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공수처반대를 외친 금태섭 의원에 공천을 주지 않았죠.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개혁 관련해 당시 야당입장에서 합의한 유승민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고요. 이런 자세는 저 같은 사람에게 반발심을 키운답니다. 당내 주류인 강경파에 대항한 온건파의 저항은 당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줍니다.)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안철수와 그 당시 문재인은 세부상황이 다릅니다. 안철수는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었고 문재인은 그냥 새정치민주연합소속이었으니 말이죠. 그래도 안철수의 지지세력이 보수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 방안이 최선의 방안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또한 아까는 독자창당 하라면서 지금은 왜 안되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어 말하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상황이 아예 다릅니다.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기대심이 대폭 하락했죠. 독자창당을 해서 길을 모색할 수 있음 하면 좋은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거대정당에 들어가 상황을 지켜보며 당권을 잡는게 대권을 위해서는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총선 직후인 지금 시점에 정치에 복귀하지 않고 총선 전에 정치에 복귀할 생각이었다면, 보수 대통합에 합류했어야합니다. 보수대통합에서 얼굴마담밖에 못했을지라도, 미래통합당에서 얼굴마담밖에 못했을지라도 안철수의 공을 미래통합당에서는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총선 패배의 책임도 지지 않았겠죠. 지금 유승민 정치인에게 총선패배의 책임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랬으면 미래통합당 내에서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최선의 시나리오보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생겼을겁니다. 그러면 안철수 정치인생에서 더 미래가 밝았겠죠.

 

저는 감히 말하지만 안철수의 정치인생은 끝났다고 봅니다. 3석 가지고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대표를 꽤 얻을 수 있을거라 착각해 정치에 다시 돌아온 모양인데, 위성정당이 있는데 어떻게 제3세력이 될거라 계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라톤도 왜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마라톤을 할 바에는 전지역을 유세차량으로 돌며 비례대표를 국민의당으로 찍어달라고 말하는게 수천배는 나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