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저격

n번방에 대한 나의 생각

공허한 악의야 2020. 3. 22. 14:21

  어제 좀 화나고 황당해서 쓴 글. 아무도 보지 않은 듯하다. 조회수도 1이고. 화제성도 없고 잘쓰지도 않았고 지인 중에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아는 자도 없을니 당연한 결과이다. 앞으로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 글을 보지 못하고 묻혀질 것이다.(이 글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혹시 지인이나 이 블로그를 혹시나 보게 될 다른 사람들이 전 글을 보고 '한남'이라는 낙인을 찍을까봐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n번방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가해자들에 대해 매우 분노했다. 악랄한 몇몇 짐승들이 행한 성착취 행위는 피해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공익요원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며 피해자들이 피해에 걸리기 쉽게 덫을 깔아놓았다. 

 

n번방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세지

위 사진은 n번방 관련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세지라고 한다. 매우 악랄하고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서서히 수위를 높여가며 피해여성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피해자의 탓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분노한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 트위터에 자기만 볼 수 있게 혹은 몇몇이 볼 수 있게 좀 야한 사진을 올리는건 불법이 아니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블로그처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것(말할 수 없는 것)을 가상의 공간에 푼 거일수도 있다.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행동일 뿐이다. 그런데 해킹링크로 피해자들의 신상확보 후 일탈내용을 지인과 가족에게 뿌리겠다는 건 엄연한 범죄이자 피해자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경찰을 사칭해 경찰인 척 위협하는 행위도 매우 공포심을 유발한다.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어떤 행동을 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확보된 74명의 피해자 중 16명은 미성년자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미숙하고 공포심이 많은 나로써는 저들이 얼마나 심한 패닉에 빠졌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n번방 

짐승들은 미성년자를 유혹하고 노예로 만드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짐승들의 물건취급이 되었다. 성착취가 일상인 쓰레기인 남성들이다. 박사라는 짐승은 피해자 신체 일부에 칼로 '노예'와 '박사'라는 글씨를 새겼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화나는 게 정상이다.

 

 

방법도 악랄하고 회원가입을 위해 20만원, 혹은 150만원을 내는 짐승들도 악랄하다. 그 정도 돈을 낸 사람들은 방관자라기 보다 공범자라고 부르는 게 맞는 표현일거다. 너무나 끔찍한 일을 짐승들은 저질렀고 난 그들의 행적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분노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공론화 되어야한다. 이런 종류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일을 본보기로 삼아 처벌을 강화해야한다. 디지털 범죄로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피해자들은 자살을 하거나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범죄행위에 대해 신상공개를 하고 짐승들을 포토라인 세워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불가능하다. 피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을 법무부가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 혜택의 1호 대상이 조국이다. 이 이야기는 후에 할 수 있게 되면 하겠다.

 

n번방 엄중 처벌 어려워

그리고 n번방 26만이라는 소리를 처음 접했을 때 매우 놀랐다. 너무 많은 인원이었고, 그정도 인원이었으면 내가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찾아보니 그 말은 거짓이었다.

 

위의 기사들에 따르면 26만명은 단순 취합에 의한 숫자일 뿐이다. 기자가 확인한 짐승들 최대 인원은 2만 5천명 정도이며 경찰이 추정한 박사방 최대 참여자 수도 1만명이다. 물론 이 숫자도 엄청나게 큰 숫자다.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범죄에 동조하였고 이 역시 예상보다 많은 인원으로 충분히 그 짐승집단에 대해 분노할만하다. 내 주변에 이 일에 동조한 짐승이 있다면 거르고 싶어 이 방에 참여한 인원 모두가 공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26만과 2만 5천은 매우 다른 숫자이다. 

 

숫자는 의미없다고 하는데, 사실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 같은 대형 회사들에서는 회사에 통계학자를 둔다. 어떤 가격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해 팔아야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계산하는 전담팀이 따로있다. 그들은 상품의 최적출시가격에 대해 계산을 한다. 그리고 만약 최적출시가격에서 1000원이라도 오차가 생겨 판매를 시작한다면, 그들의 영입손실은 수십억이 되어버린다.

 

이건 비단 마켓팅분야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 적용된다. 지금 다니는 대학교는 아니고 전에 다녔던 대학교에서 정치관련 이야기를 한 친구가 몇몇 있다. 어차피 반수할 생각이 있었기에 정치 이야기 하면 뭐 어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정치이야기를 했고, 반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반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사실 이건 어느사상이건 마찬가지겠지만.) 현재 여성은 예전만큼 남성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데 현재도 엄청 차별받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등등이 반페미니즘의 대부분의 논거다. 레드컬 페미니즘의 미러링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남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에 반페미니즘 사상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26만이라는 숫자는 어떤 숫자일까.

 

n번방에는 남자만 가입 가능했다고 한다. 작년기준 한국의 남자 인구수는 대략 2500만 정도이다. 그 중 26만이면 한국남성의 100명 중 1명 꼴로 n번방에 들어갔다는 소리다. 글고 좀 위의 기사에 있지만 피의자의 평균나이는 24세에서 26세 사이로 대부분이 20대라 한다.

 

 

나이대별 숫자를 보자. 20~24세 남성인구는 대략 170만명 25~29세 남성도 대략 170만명이다. 20세에서 29세 남성이 대략 340만명이라는 소리다. 20대가 대부분인 n번방에서 26만의 70프로정도가 20대라 가정해보자. 그러면 20대 n번방 인원은 대략 18만명이 된다. 20대 전체가 340만명 정도니 20대의 100명 중 19명 정도가 n번방에 들어갔다는 소리다.

 

n번방 26만명 이야기를 하는 순간 20대 여성의 주위 남성 5명에 1명꼴로 n번방에 출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n번방에 출입하지도 않았던 최소 23만 5천명이 범죄자가 되어버린다는 소리다. 20대 남성 5명 중 1명꼴로 n번방에 들어가는데 나머지 4명이 n번방의 존재를 모를리 없다. 이건 20대 몇몇 여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거대한 20대 회원을 거느리는 n번방의 존재를 이번에 화제가 된다고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처음 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아니면 그들이 아는데 모르는 척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26만명 가설이 통용되는 순간 남성들은, 특히 20대 남성들은 성착취 동조자와 방관자가 되어버린다. 몇몇 남성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이 싫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싫어한다. 그들은 자신은 한번도 성추행이나 성과 관련된 잘못을 심지어 섹드립도 하지 않았다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는 것을 억울해한다. 

 

이런 자들에게 26만 설은 자신을 범죄자로 만드는 행위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보호본능에 따라 26만명설에 분노하며 반박한다. 26만설은 분노를 74명의 여성 피해자들을 착취한 가해자 짐승들에게서 26만명이라는 이야기를 한 사람들에게 돌리게 한다. 결국 남녀싸움이 일어난다. 26만 설이 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이번 일로 한남 다 죽어라는 표현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26만명 이야기는 계속한다. 26만명설은 한남 다 죽어라는 표현과 동의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말이다.

 

물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일지라도, 26만명이라는 과한 숫자에 관심이 쏠려 n번방의 본질 자체가 흐려질 수도 있다. 26만명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바보취급하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인스타 같은 곳에 n번방 가해자라며 실명, 학교와 얼굴을 까는 행위도 옳지 못하다 생각한다. 지금 n번방 가해자가 나오는 방식은 n번방 기록 지워준다면서 오챗에 들어오라고 한 뒤 이름, 성별, 사진을 보내달라한 뒤에 그 이름과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이름과 사진을 올릴 수 있다. 만약 억울하게 누명 쓴 사람이 악플 같은거에 못 견뎌 자살을 한다면 남자라서 죽었네 어쩌네라는 이야기 나올게 명백하다.그러면 n번방보다는 마녀사냥과 확인되지 않은 과도한 신상공개에 포커스가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역사상 유래없는 남녀갈등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된다.

 

들은 이야기인데 한나 아렌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다. n번방 호기심에 링크 한번 눌렀다며 변명하는 죽어 마땅한 짐승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로 분열을 유도하는 몇몇 교수와 sns만 믿고 26만명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sns에 특정된 가해자를 믿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의 클릭이 피해자들을 평생 트라우마를 겪게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하는 것처럼 자신의 말이 무고한 사람들 혹은 집단을 범죄자로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한다.